EDG는 지난 담원 기아와 T1의 준결승이 좋은 밴픽의 발판이 됐다. 1세트 상대가 야스오를 뽑아 뽑아 뽑아낸다는 전략을 T1이 내세운 카드 딜리안을 통해 한판 승부에 성공했다. 또 T1이 무너진 마지막 5세트 직스-조이 조합의 무서움을 보았기에 스카우트가 미리 가져와 포킹의 힘을 그만큼 뗄 수 있었다. 쇼메이커들도 쉰들러를 꺼내 어느 정도 구색을 갖췄지만 수면-지옥 화염폭탄 콤보가 없어 직스가 원하는 후반까지 가기 전에 경기를 미리 마칠 수 있었다.
●담원기아와의 혈전 끝에 소환사컵을 거머쥔 EDG
4강 진출팀 중 가장 약체로 꼽혔던 톱 솔라 프랜드레는 메타픽 그레이브스를 잡을 때마다 안정감을 보이며 팀을 떠받쳤다. 결국 최종 세트의 케넨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타 교전에서 승리해 팀을 월스 챔피언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다.
지에지에는 3세트 불리 속에서도 발론 스틸에 성공해 중요한 오브젝트 싸움마다 강타전에서 승리했고 이를 팀 승리로 연결시켰다. 동료들이 도움이 되더라도 담원의 핵심인 케니언을 말리는 데 성공한 거의 유일한 정글러이자 마지막 세트 신차오에서 훌륭한 이니시를 선보이며 레오나를 잘라내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스카우트는 LPL 정규시즌에서 잘 사용하지 않던 조이를 꺼내 4, 5세트 수면의 무서움을 확실히 보여줬다. 특히 5세트 보텀 2차 타워에서 장로의 힘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조이로 폴차징하고 들어가 상대 직스를 끊는 피지컬은 단연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막내 밑에서 마무리한 2세트를 제외하고는 아와하라 기아의 핵심 쇼메이커를 라인 전단계에서 누른 뒤 일타 구도에서 본인의 영향력을 발휘해 결승전 MVP를 거머쥐었다.
조이를 꺼내 중요한 순간 하드캐리 MVP 스카우트 이예찬
바이퍼는 현재 메타픽의 루시안을 다룰 수 있다는 강점으로 4세트 상대 방픽을 어렵게 만들었다. 5세트 아필리오스가 풀리고 자신을 위한 경기가 만들어지자 한 타로 상대를 단숨에 날려버리며 담원 기아의 희망을 날려버렸다. 메이코는 오랜 프로생활 경험이 녹아든 플레이로 동료들을 묵묵히 뒷받침했고 결국 정상에 올랐다.
담원 KIA는 칸의 부진이 아쉬웠다. T1과의 준결승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칸은 4세트 꿀을 먹으러 가다 잘렸고 5세트에서도 케넨의 낚시 플레이에 걸린 장면은 평소의 칸이라면 절대 당하지 않는 플레이다. 특히 이번 메타가 전령과 연계된 상반신 싸움에 초반 힘이 들어갔기 때문에 칸의 부진은 결과적으로 팀이 승패와 직결됐다.
밴픽적인 부분에서도 1세트 그레이브스를 포함해 상대가 좋아하는 픽을 모두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가 전반적으로 난이도 있는 조합을 많이 이끌어냈다. 특히 4세트 상대에게 뤼시앙 나미를 주지 않기 위해 도움을 빼앗아 온 것은 이해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니시를 걸기 어렵다는 점과 확정CC가 없다는 측면이 부각됐다.
고스트의 챔프폭발 문제도 막판에 발목을 잡았고 결국 젠지와 마찬가지로 쇼메이커인 이른바 해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자하와 사이러스에서 활약한 2, 3세트는 승리했지만 그의 역할이 제한된 4, 5세트는 결국 내주고 만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 의존한 플레이는 결국 한계가 있다. 냉철한 자기 객관화를 통해 EDG가 낼 수 있는 카드를 경계해야 했지만 우리 할 일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상대에게 좋은 픽을 많이 내준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큰 영향력을 받지 못했던 캐니언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칸은 누구보다 아쉬울 것이다. 최고의 기량을 지녔지만 국제무대에서 실적이 없었던 칸은 이번 롤드컵에서도 결국 마지막 세트를 따내지 못하고 무관에 그치고 만다. 100전을 넘겼지만 군 입대 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개인평가와 경력에서도 방점을 찍지 못한 채 사실상 선수생활을 접고 만다.
비록 패배했지만 유쾌한 인터뷰를 보여준 담원은 좋은 톱솔라만 얻으면 다시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다. 내부 선수를 모두 잡는다는 전제가 붙어야 하지만 내년 아시아경기에서 국내 무대에 다시 도전하는 선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력 보강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EDG의 우승을 통해 다시 도전자의 입지로 돌아온 LCK 힘든 여정을 뚫고 정상에 오른 우승팀 EDG에 박수를 보내며 내년 롤드컵에서는 다시 한국팀이 권좌에 오르기를 바란다.
사진참조 : 롤드컵 영상 캡처